박솔뫼, '겨울의 눈빛'

소설을 읽는 내내, 누군가의 트위터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냥 좀, 계속해서 '아무말' 을 하고 있는거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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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물론 여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는 진실이 틀림없는 일상적 인식들을 대충 대강 아무렇게나 종합하는 어떤 의식에게 그것들은 이런 식으로 대강 말해져도 상관없는 것들인 것이라고. 그래도 결국엔 아무말이다. 혹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소설이었다. 그것은 뒤집어 말한다면 지독한 무관심일 것이다. 파편화된 일상적 진실들을 제대로 종합할 의지조차 없으면서 파편들을 끝없이 얼기설기 늘어놓는 소설이다. 그래서 화자는 결국 모든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무관심한채로 이야기를 끝마친다. 그래서 남자가 점점 작아지든 고양이가 부산타워로 변하든, 그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고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수도 있겠지만 '굳이?' 인 것이다.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소설에 서술되는 거의 대부분이 사건들이 그렇듯이. 소설집을 읽는 내내 아무말을 한없이 이어놓고 거기에 개연적인 제목을 붙이는 그런 태도가 계속해서 발견된다. 그것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뭐랄까, '나에게 중요한' 이야기만을 끝없이 늘어놓고 있는 자기중심적 발화가 진실을 효과적으로 발설하고 있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잔혹한 진실, 죄악들, 풀지못한 숙제들에 대한 이 철저한 무관심이야말로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집요한 관심을 오히려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해서라도 결국 그 이야기를 할수 밖에 없다는 비극적 인식이 바탕된 것은 아닐까. 그런 이야기를 응집시키는 핵은 무엇일까. 그건 도무지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는 것, 그런 잔인한 진실일 것이다. 그리고 도무지 떨쳐낼수 없는 불안을 애써 얼버무리는 그런 아무래도 좋은 잡담들이 바로 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