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윤리는 베버, 아니면 바디우의 지적대로 진리에 충실하는 것인가? 윤리를 둘러싼 휴머니즘적 관념의 잔재를 걷어냈을때, 세계 속에서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한 윤리가 충실해야할 진리는 무엇인가? 진리가 깃드는 때, 카이로스는 오롯이 발견되는 것도 발명되는 것도 아니며, 시공간 속에서 아르케와 테크네의 종합인 실천을 통해 파악되고 구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윤리에 대해 이처럼 적극적으로 파악하면서도, 이 질문을던져야하는데 우리는 어떤 윤리를 택해야하는가이다.슈미트가 파악하는 것처럼, 이 세계의 모든 실천들이 서로 들러붙고 적대하고, 정립되고 무너지는 과정이 오직 물리적인 충돌처럼 나타나며 이러한 영구한 충돌의 상태를 멈추는 평화만이 윤리가 충실해야할 진리라고 말하는 ..

"힘들고 고통스럽고, 권력 관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강요된 (천한) 것" 이자 "거부해서 자유로워져야할 것" 이라는 부정적인 정의에 기반해서 꾸밈노동을 정의하면 안 된다고 말할 때, 노동을 비판 불가능한 성역으로 본질화하는 시선이 감지된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직관에서도 배치된다. 내 의지에 따라 노동할 권리, 그 노동을 존중받고 인정받을 권리를 강조할 때, 그 노동을 중지할 권리나 노동에서 우리가 느끼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노동을 탈신성화하고, 강요된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질 여지는 계속해서 남겨두어야하지 않을까? 개념은 대개 무엇에 반대해서 대두된다. 시대 흐름에 따라 그 논쟁 자체가 다른 논쟁으로 대체되어도 개념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런 식으로 ..

이 만화에서 나온 '혼종' 이라는 표현이 재밌는 것은 굉장히 한국적이면서, 스스로를 역사화하려는 충동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종이라는 비난은 결국 '족보도 없는 놈' 이라는 한국적 욕설의 변주이다. 누군가의 족보 없음을 비난한다는 것은 동시에 자신에게는 족보가 있다는 이야기다. 족보를 만든다는 것은 정통성을 선언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혼종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통해 이 만화는 스스로를 한국 여성 운동의 '적자'로 선언하고, 그 족보에 들어갈 수 없는 누군가를 명시한다. 족보를 만드는 것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행위다. 그 족보 자체가 정통성에 대한 증명이자 대의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를 독점해야 운동이 '바로 선다.' 그러려면 누가 '혼종'인지, 역사에 낄 자격이 없는 존재인지, 위대한 역사적..

그린비에서 이 나온다고 한다. 일각에서 에코 페미니즘을 너무 쉽게 조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저런 생각을 적어보았다.**1. 서구 사상에서 여성과 신체, 자연은 개념적으로 동일한 위치에 있다. 그러니 여성과 신체를 복권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사유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발생한 여성/ 신체/ 자연이 남성/ 정신/ 문명에 대해 갖는 착취적 관계가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결국 온갖 장소에서 -자신의 신체에서도 - 제국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 신체/ 자연을 이러한 지배로부터 해방하는 것은 따로 따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것은 이 범주들을 뭉뚱그려서 취급하려는 압력 탓에 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우..

'썅년'의 개념적 계보는 90년대로 거슬러 가도 찾을수 있겠지만, 탈코일기와 썅년의 미학이 공유하면서 의존하고 있는 복원의 지점, origin은 15년의 분출이며 그 당시의 '영광'에 대한 향수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취향으로 기호화된 것처럼 보인다. 재밌는 것은 그 재현의 양상이 특정한 말하기 방식, 아니면 신체표현 - 이를테면 머리모양이나 옷차림과 같이 전략적 함의와 무관하게 그 때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기호들에 대한 페티시즘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실천이 어떤 효과를 갖는가에 대한 질문은 부차적인 것이 되거나 인식되지 않는다. 그 결과 운동은 신체가 놓이는 맥락을 바꾸기 위한 실천으로서보다는 특정 코드에 대한 취향으로 성립되는 하나의 서브컬처처럼 이해된다. 지금도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규칙들은..

동물권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비인간종에까지 윤리적 규범 (norm) 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기준에서 논의되기보다는 한국사회에서 비인간종을 사회에 편입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행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아야할 것이다. 비인간종의 지위에 대한 합의가 재검토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인간 사회에서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이 증대되거나 바뀌고 있기 때문이며, 그 결과 인간 사회의 준구성원을 학대하거나 먹는 것이 폭력이나 식인 비슷한 것으로 해석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인간과 동물의 구분을 아무리 관념적으로 뚜렷하게 하고자 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사실인데, 사회가 그렇게 바뀌었고 그 결과 새로운 도덕이 요청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읽어야한다. ** 동물권을 둘러싼 논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