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나는 음악 듣기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은 리듬이나 분위기를 즐기는 거라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이미 시도된 형식들을 인용하고 편집하는 것의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어느정도 귀가 익숙해지면 단어를 알아듣듯이 음악적 표현을 이해하게 된다. "도대체 이런 음악을 왜 들어?" 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각각의 표현이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 왜 흥미롭고 멋있는지 알 수 없고 그 표현이 독립적으로 구분되지도 않을 것이다. 왜 그 소리가 거기에서 그렇게 나야하는가. 결국 좋은 음악에 감동하는 감성도 공부해야 얻어지는 언어적인 지식이다.

얼마전에 본 연구 결과 중에서 13-14세에 접한 음악이 그 사람의 평생 가는 음악적 감성을 결정한다는 것이 있었는데, 이런 것을 일종의 모국어를 익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은 그 이후에 그 문법을 벗어난 음악을 접하더라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서'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예컨대 곡을 디자인 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문장에 '들여온' 표현과 숙어를 사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런 어휘들을 문장으로 구성하는 문법적 원리 자체는 자신에게 익숙한 음악의 어순에 따를 것이다. 일부러 전형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 다양한 말투나 용례가 이염되면서 장르의 전형에 방언이나 번역어투가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이질적 어휘와 용례들이 추가되면서 장르자체의 폭이 넓어지고, 때론 하나의 전형적 예시가 통째로 다른 언어로 번역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