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생각해보면 나는 매뉴얼화되지 않은 상황을 싫어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는 대부분의 상황이 정형화되어있고 그래서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아무런 의문없이 이루어지는 습관화된 교환이다. 하지만 그런 게 없어서 '알아서' 해야하는 곳은 스트레스를 준다. 요즘의 많은 디자인은 행동을 유도하는데, 이런 디자인들은 임의적 판단과 의사소통을 생략하고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을 습관화한다. 하지만 그런 체계가 부재한 곳일수록, 알아서 눈치껏 대처해야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요령에 의지하거나 화내서 말해야 뭐가 되는 상황으로 채워진다. 그런 임의적인 것들의 생략과 효율화를 가리켜서 누군가는 정이 없어진다고 표현하겠지만, 나는 그런 변화에 호의적이다. 매순간을 교섭가능한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