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밤에 덩그러니 서있는 주유소의 이미지가 좋아서. 왠지 반갑고 안심된다. 나는 사진은 전혀 읽을 줄 모른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이 시대의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하듯이 천재성의 인도를 받아 임의적으로 읽는다. 저 주유소를 나는 언제 어디에서 만났을까. 장시간 어둠 속을 달리다가 만나는, 누구나 들를 수 있는 공공 장소. 곧바로 자신의 용무를 본 뒤에 떠나갈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혼자서 들르게 되는 곳. 그런 스쳐가는 머무름들이 교차하는 장소.

나는 저런 사진을 보면 저 주유소가 실재하는 주유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야 찍혔으니까 어디엔가 있겠지. 근데 그런게 아니라, 작가가 찍어서 보여준 저 주유소는 말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생각. 저걸 누가 운영하고 있고, 어디에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은 중요치 않은 것이다. 저 주유소는 구글 지도에서 찾고자 하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저 사진 속의 주유소는 시공간적 좌표 속에 표시할 수 없는 nowhere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한테는 패스트푸드점이 저런 느낌이었다. 나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 도망 나와서 혼자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를 시켰다. 감자를 먹고, 콜라를 먹다보면 그 이해할 수 없는 시간들로부터 드디어 격리되어 혼자만의 안전한 장소에 온 것 같아서. 맛없다고 다들 미워하는 롯데리아지만 항상 위로받았다. 딱히 그 가게에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우연히 거기에 그게 서 있었을 뿐이다. 나는 너무 오래 달리고 있었고. 하지만 마침 그 자리에 햄버거 가게가 있다는 것은 항상 내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가면서 들를 수 있는 주유소를 기억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