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에 대한 토론 : Ab integro nascitur ordo

칼 슈미트가 중립화 문건에서 단언했듯이 "죽음만을 자신의 대립물로 보고 있는 삶이란 이미 삶이 아니며, 무능과 무력함" 이며, "삶은 삶에 대해서 투쟁" 하는 것이기에 "통합에서 질서는 생긴다(Ab integro nascitur ordo)" 라고 한다면, 내전을 종식시키는 질서만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슈미트가 보았을 때 실재하는 것은 오로지 삶에 대한 삶의 투쟁이며, 여기에 진정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일종의 패배주의이자 책임의 방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내 반박은 이렇다 ; 삶은 삶에 대해서 투쟁할 뿐이며, 따라서 죽음에 저항하는 삶을 특권화하기를 거부했을 때, 정치는 서로 접합하거나 충돌하는 물리적 운동이나 다름 없을 것이고 영구적 전쟁을 종식시키는 질서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 질서가 전부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요컨대 그 질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판단하려 하지 않는 것, 그저 내전의 종식만을 문제 삼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있는가? 삶은 죽음에 대해 투쟁할 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투쟁하지만, 그 평화가 누구의 평화인지에 대한 질문은 기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