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여성정치와 탈코르셋 운동

'썅년'의 개념적 계보는 90년대로 거슬러 가도 찾을수 있겠지만, 탈코일기와 썅년의 미학이 공유하면서 의존하고 있는 복원의 지점, origin은 15년의 분출이며 그 당시의 '영광'에 대한 향수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취향으로 기호화된 것처럼 보인다. 재밌는 것은 그 재현의 양상이 특정한 말하기 방식, 아니면 신체표현 - 이를테면 머리모양이나 옷차림과 같이 전략적 함의와 무관하게 그 때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기호들에 대한 페티시즘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실천이 어떤 효과를 갖는가에 대한 질문은 부차적인 것이 되거나 인식되지 않는다. 그 결과 운동은 신체가 놓이는 맥락을 바꾸기 위한 실천으로서보다는 특정 코드에 대한 취향으로 성립되는 하나의 서브컬처처럼 이해된다. 지금도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규칙들은 해방의 전략으로서 채택되기보다 이러한 코드 자체의 반복이 문제가 되는, 일종의 서브컬처적 관심사처럼 토론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저런 쟁점과 움직임을 기존 운동의 전략과 전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할수록 해석이 미끄러지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특정 세계관을 공유하는 거대한 커뮤처럼 작동한다고 보면 명쾌해지는 지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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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혐오에 대해서. 왜 횡단이 문제가 되는가? 성별 적대는 너무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성별 이분법은 횡단할 수 없는 실체가 되고, 따라서 그것을 넘나든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불경한 것으로 이해된다. 적이든지 동지든 둘 중 하나이고 중간은 없는 것이다 .강력한 정체성 정치에서 '여성'은 성별 적대를 통해서 새롭게 정의되는데, 적과 동지의 구분이 여성 정치과 운동성의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 이 도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떻게든 성별 이분법의 안쪽으로 '환원' 시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 번 한남은 영원한 한남' 이고, 태생적으로 가해자이면서 원죄를 지닌 거꾸러뜨려야할 존재로 정의되어야하는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구성된 특성을 생물학적인 수준으로 자연화함으로써 문자성을 고정하려는 시도는 성별 이분법의 신화를 더욱 강화하는 역설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여성성 자체를 부정하고 (왜냐면 권력 관계 속에서 임의적으로 구성된 굴욕적인 특성들이기 때문이다) 성별의 구분을 삭제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보았을 때 mtf는 철폐되어야할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구체제의 일부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생물학적) 성별 적대이고, 그것을 철폐하는 것은 여성성을 철폐하는 것과 동일한 것인데 따라서 정체성 정체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급진적' 정치는 모든 젠더의 '정상'으로의 환원이 된다. 이것은 결국 남성성을 정상성으로 놓고 그 이외의 모든 것을 주변적인 것으로 놓는, 종속적 상태로 이해하는 관점의 변주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관점은 실재하는 차이를 드러나지 말아야할 것, 비정상으로 조명하는 성별 이분법의 반복이며, 차이는 결국 물리적으로라도 제거해야할 것이 된다. 여성성이 허구이고, 다양한 젠더 정체성도 결국 남근을 선망하는 허위 의식으로 이해된다면 남성성만이 실재할 것이다. '급진적' 여성 정치는 결국 그 '실재'를 손에 넣기 위한 투쟁이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후퇴하는 것, 아니면 제 3의 지대에 곁눈질 하는 것은 가짜로 전락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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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이원적 체제를 법적, 철학적으로 정립하려고 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성' 이라는 이미지를 모두 '혐오적'인 것으로보고 삭제하려는 노력은 결국 인간의 default 값을 '남성'으로 보는 가부장적 담론의 반복에 불과하게 된다. 때문에 이리가레이 같은 경우 '여성'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원적 체제를 구성하려고 했고, 프랑스 참정권 운동도 남성과 여성의 이원적 형상을 공적 질서에 도입하려고 했다. '여성' 의 신체와 개념은 가부장적 맥락 속에서 일방적으로 구성된 것이 맞지만, 해체는 그것을 단순히 거부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성을 거부하는 행위 자체가 남성을 표준으로 놓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노력없이 '여성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면역적으로 제거하려는 알러지 반응은 실천적으로 나이브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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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화 (unsex)는 단지 여성성의 기호를 신체에서 제거하거나 남성적 기호를 재인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데, 성별 이분법과 파생된 모든 분류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범주 자체가 아니라, 범주가 생산한 기호에 한정된 논의는 어떤 의미에서 지나치게 primitive한 접근일 수 있다. 여성성을 재발명해야하고, 수치스러운 것에 당당한 재현을 부여한다고 말하는 것은 철폐되어야할 이분법에 기댄 이원론적 발상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성별 이분법의 지양은 우리가 어떤 정체성도 지니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더라도 긍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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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운동이 현재 문화적 맥락 속에서 전략적으로 우수한가는 지금 단계에서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그 저항의 전기적 요소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탈코운동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대중적인 것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확장되었던 전선이 가장 뚜렷한 몸으로 수렴되고 있는 경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탈코가 하나의 반복이라는 것이 지적되어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략적 빈곤함을 직접적으로 가리켜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은 차이의 딜레마속에서 진동하는 것을 반복해온 것을 스스로의 역사로 삼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누적되고 축적되어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것이다. 이전 단계적 페미니즘과 가장 발전한 상태의 페미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포스트구조주의페미니즘 논의를 빌려온다면, 인식적이고 전략적인 오류와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 페미니즘과 그 주체의 한계가 아니라 운동 자체의 특성이다. 페미니즘이 하나의 강령이나 프로그램이기보다는 지배질서의 모순의 좌표를 표시하는 공적 질서의 스캔들이기 떄문이다.